[ 2023 여름 ] 영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스프린트 완주 후기

📍 [ 2023 여름 ] 영도 트라이애슬론(철인 3종경기) 스프린트 완주 후기

 

✏️ 서론

매년 운동 관련 대회를 나가보자는 나의 짧은 다짐에 이어 올해 초 수영을 하던 중 철인 3종 경기가 눈에 띄었다. 철인 3종경기는 대표적인 유산소 운동인 수영, 사이클, 달리기를 연달아 하는 경기다. 코스를 보면 힘들어 보이지만, 힘든 코스를 완주하면 어떤 기분일까?를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었고 곧바로 홈페이지를 들어갔다.

 

철인 3종경기 코스는 여러 개가 있는데 그 중 올림픽(국제표준) 코스인 스탠다드는 수영 1.5km, 사이클 40km, 달리기 10km다. 하지만, 스탠다드는 스프린트를 완주한 기록이 있어야 참가할 수 있기 때문에 스프린트 코스로 찾아봤다. (사실 수린이인 나에게 1.5km는 더 많은 연습이 필요해 보였다.) 스프린트 코스로 찾아보니 8월 6일 부산 영도에서 진행하는 2023 영도 월드 트라이애슬론 컵 경기가 있었다. 곧바로 친구한테 같이 참가하자고 얘기했다. 친구는 헬창인데, 유산소는 잘 못한다고 하길래 지금부터라도 연습하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다고 신청하라고 꼬셨다. (사실 대회에 혼자 나갈 수도 있지만, 동료가 있으면 경기 시 페이스 조절을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참가비는 총 17만 원(선수 등록비 4만 원 + 스프린트 13만 원)이 들었다. (고생하러 가는데 적지않은 금액을 내는 게 맞는걸까라는 강한 의문은 지울 수 없었다.. 🤔) 그래도 지금 아니면 언제해보겠느냐는 작은 위로와 함께 철인 3종 경기 준비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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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론

회사에 금요일 오후반차를 내고 서둘러 KTX를 타기 위해 천안아산역으로 이동했다. (지금 안 사실인데, KTX는 수원역에 항상 정차하는 게 아니었다.) 나 혼자 참가했다면 자차에 로드 자전거를 구겨 넣어 부산으로 향했을 테지만, 같이 참가하는 친구는 자전거가 없어 부산역에서 같이 로드 자전거를 빌리기로 했다. (라이클 어플로 로드 자전거 2일 빌리는데 43,000원이 들었다.)

 

경기 전날 경기장에 가서 선수 등록과 자전거 검차를 받았다. 검차 당시 한 번에 통과하지 못했다. 로드 자전거라 그런지 부착물이 꽤 많았기 때문이다. 나는 후미등, 휴대폰 거치대를 제거하고 같이 간 친구는 자전거 지지대, 후미등, 반사판을 제거했다. 자전거 지지대를 제거하려면 연장이 필요했는데, 우리는 연장도 없었다. 어쩌지 하다가 다행히도 주변 분께서 연장을 빌려주셔서 어찌어찌 제거를 하고 검차 통과 스티커를 받았다.

바꿈터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선수 등록할 때 받았던 식권을 받아 푸드트럭에서 파는 불초밥을 먹었다. 겁나 맛있었다. (후원사에 더 벤티가 있어서 운동 관련 대회에 더 벤티가 왜있지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더 벤티는 부산에서 첫 론칭을 했었다고 한다.)

 

불초밥을 먹는데 친구는 입맛이 없고 기력도 없다고 했다. 더위를 먹은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자전거는 하단역 근처 삼천리자전거에서 빌려 직접 자전거를 타고 경기장까지 15km를 이동했다. 국립해양박물관 1층 대강당에서 경기 설명회 할 시간이 다가왔는데 친구가 힘들어해서 설명회를 듣지 않고 숙소로 복귀했다. 다행히 친구는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니까 컨디션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경기 당일, 부산역 앞 GS25에서 체력을 보충할 만한 음식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초코빵과 에너지 드링크(몬스터 하얀색이 국룰)를 먹고 이온음료를 챙겨 택시 타고 영도로 출발했다.(이 날 운 좋게(?) G80 전기 택시를 잡았는데, 기사님께서 G80 전기 택시는 부산에 1대밖에 없다고 하셨다.) 경기장에 도착하고나서 스탠다드 코스를 참가하는 사람, 스프린트 준비중인 사람, 응원하는 사람, 구경하는 사람 등등을 보고 또, 오픈워터 코스에 직접 뛰어들 생각을 하니까 가슴이 웅장해짐과 동시에 긴장이 많이 됐다.

 

바꿈터에서 수영 복장으로 환복하려고 웻슈트를 꺼냈는데, 날씨가 더워서 노슈트로 진행한다는 안내문을 봤다. 포항으로 가족여행 가서 웻슈트를 입고 수영 연습을 했는데, 노슈트로 진행하다는 얘기를 듣고 또 긴장했다.

 

당시 시간은 8시 40분 정도밖에 안됐는데 벌써부터 더웠다.(이날 체감온도가 42도였다.) 경기 시작 전까지 친구와 몸을 풀고 9시 20분에 시작하기 위해 줄을 섰다. 그런데 우리 둘 빼고 나머지 발목에 무언가를 차고 있었는데, 그때는 그게 기록 칩인 줄 몰랐다.. ㅋㅋㅋㅋ (생각해 보니 전 날 짐 정리하다가 무슨 팔찌 같은 게 있었는데 그게 기록 칩이었다. 19년도에 호반 마라톤 참가했을 때도 기록 칩 착용했었는데, 왜 칩이라고 생각을 못 했을까.. 😂) 할 수 없이 나와 친구는 기록 칩을 착용하지 않은 채로 시작점에 섰다.

 

2열로 줄 맞춰 서있고 2명씩 출발하는 방식이었는데, 수영장처럼 물에 조심히 들어가서 출발하는 건 줄 알았는데, 모두 바다에 다이빙으로 들어갔다. 다이빙으로 스타트해야하는건가? 하면서 해본 적 없는 다이빙으로 바닷속에 빠졌는데 물 겁나 먹고 패닉이 왔다. 바닷물은 짜고, 앞은 하나도 안 보이고, 웃통은 벗은상태로 바닷물을 마주해서 그런지 조금 차가웠고, 렌즈를 닦고 착용한 물안경은 언제 이물질이 끼었는지.. 개구리 수영으로 코스 로프를 잡고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출발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숨 쉬려고 고개를 밖으로 뺄 때만 파도가 쳤다. 두 번째 패닉이 오면서(28년 주마등 바로 스쳐 지나갔다.) 로프를 잡고 쉬고 있는데, 심판분께서 로프에서 손 떼고 출발하셔야 한다고 했다. 죽어도 육지에서 죽겠다는 마음과 함께 천천히 몸에 힘을 빼고 수영을 하니까 페이스를 되찾았다. 마지막 3번 부표 찍고 수영을 마치고 사이클을 가지러 바꿈터로 달려가는데 심판분께서 내 손목을 잡으셨다.

 

심판: " 기록 칩 어디에 있으세요? "

나: " ... 칩 없이 참가했습니다."

심판: " 칩 없으면 기록이 남지 않습니다. "

나: " 제 애플워치에는 기록이 남습니다. 😎 "

심판: " 기록 칩이 없으면 경기애 참가 하실 수 없습니다. "

나: " ??? x ∞ "

 

이대로 철인 3종 완주 목표는 오픈워터 맛보기로 마무리하는 건가 망연자실하고 있는데, 심판분께서 HQ와 5분정도 무전을 하시더니 OK 사인이 떨어지고 간신히 나머지 코스를 참가할 수 있었다. (경기 끝나고 들으니 내 친구도 앞에서 못 가고 서 있었다고 했다.)

 

바꿈터에서 옷 갈아입고 사이클 가지고 스타트 라인으로 가고 있는데, 자전거 물통 거치대에 아침에 편의점에서 산 이온음료가 없어졌다. 어디 갔지?하고 벙쪄있었는데, 심판분이 오시더니 자전거 전용 물통이 아니면 가지고 참가할 수 없다고 했다. 띠용 하는 표정으로 있는데, 딱해 보이셨는지 나에게 이온음료를 입에 가득 넣어주셨다. 근성으로 20km 주파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이클 타면서 느낀 점은 기어가 많은 자전거를 타는 게 좋아 보였다.(그럼 가격이 올라가겠지..?) 조금만 밟아도 쌩쌩 나가는 느낌을 밟고 싶었으나 자전거 이슈(feat. 대여)로 인해 장비 대신 엔진의 힘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었다.

 

경기 설명회에 무조건 참가해야겠다고 한 번 더 느낀 게 사이클은 몇 바퀴 돌아야 하는지 몰라서 옆에 사이클 타고 계신 여성분께 여쭤봤다.(힘들 텐데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4바퀴 타야 한다고 하셔서 속으로 4바퀴를 세고 바꿈터로 향했다. 다행히 컷 오프시간을 넘지 않았다.

 

마지막 코스인 달리기는 5km인데, 더위와의 전쟁이었다. 햇빛이 너무 심해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습도도 높은 게 몸으로 느껴졌다. 중간마다 간이 테이블에서 물을 주시는데 마시는 것보다 몸에 뿌리는 횟수가 더 많았다. 쓰러지기 전에 메달이라도 목에 걸어보고 쓰러지자라는 다짐과 함께 어찌저찌 달리기까지 간신히 완주를 하고 완주메달을 목에 걸 수 있었다.

칼로리소모에 철인 3종 나쁘지 않을지도..?

✏️ 결론

철인 3종 경기에 참가하면서 느낀 점은 세상에 대단하신 분들이 넘나 많다는 것이다. 나는 아직 건장한 청년이기 때문에 체력빨로 버틴다고 하지만, 4-50대 분들과 60대분들께서 완주하시는 모습을 보며 대단하다고 생각했고 여자분들도 많이 참가하셨는데, 50대 여자 지인 4분이서 완주하시고 시상식에서 상을 받는 모습을 보니 박수가 절로 나왔다. (내가 여자였다면 철인 3종 경기에 참가를 했을까..?)​

 

경기를 참가할 때는 내가 이런 고생을 하는 게 맞을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지만, 완주 메달을 받으니까 스탠다드 코스도 도전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서 철인 3종 경기 하나 싶다. (그런데, 이번에 칩 없이 참가해서 스탠다드 참가하려면 스프린트를 한 번 더 완주해야 한다. 🤣🤣)

 

이번 철인 3종 경기 준비하면서 수영도 못하는 내가 완주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이 앞섰는데, 완주하고 나니까 어떤 일이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